일상

2026년 2월, 곧 다가올 설 연휴의 단상

obsrva 2026. 2. 12. 21:45

 

목요일. 곧 설 연휴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왠지 마음이 가볍지 않다. 옆자리 동료는 아침부터 "드디어 곧 연휴다"를 연발하며 들떠 있었는데, 나는 그 말에 자연스럽게 동조하면서도 속으로는 조금 다른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연휴 전부터 설렘이 가득했을 텐데, 언제부터인가 명절이라는 단어 앞에서 먼저 피로감이 찾아온다.

 

어릴 때의 명절은 순수한 설렘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 넉넉하게 차려진 음식, 아무 생각 없이 받아 챙기던 세뱃돈. 그때는 연휴가 그냥 '쉬는 날'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어른들이 차례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나는 그저 TV 앞에 드러누워 있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 무책임한 자유가 명절의 전부였다.

 

그런데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 설렘의 자리에 책임과 눈치와 질문들이 하나둘 채워지는 과정인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드러눕는 사람이 아니라 음식을 나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세뱃돈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챙겨줘야 하는 입장이 되어 있었다. 그것 자체는 괜찮다. 어른이 되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니까.

 

문제는 그 과정에서 딸려오는 것들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 "언제 결혼해?", "요즘 뭐 해?" 같은 말들이 안부인지 압박인지 구분이 안 되는 시점이 오고, 그때부터 명절은 조금씩 다른 무게를 지니기 시작한다.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피곤하다.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면 구체적인 증거를 요구받는 느낌이고, 솔직하게 털어놓기엔 자리가 너무 공개적이다. 그래서 결국 적당히 웃으며 적당한 말로 넘기는 기술만 늘어간다.

 

부담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각박하게 들릴까.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 연휴 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 연휴를 둘러싼 여러 가지들이 피곤하다. 이동 거리, 대화의 온도,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 이 감각이 나만의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렇다고 딱히 나아지지는 않는다. 매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질문을 받고, 매년 같은 방식으로 적당히 넘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묘한 허탈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 한다.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가는 것이 맞으니까. 그리고 아마 가고 나면 또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 오래된 냄새와 풍경들, 그리고 어색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온기. 명절이 부담스럽다고 해서 그 온기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오늘 하루도 어쨌든 잘 버텼다. 곧 다가올 연휴 동안 잘 다녀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연휴 잘 보내시길.